아토아라 53

3. 아라미스, 아버지가 이어준 인연일 수도

앙리 드 라 페르 백작의 마지막 순간 앙리 백작은 침대에 몸을 기대고 있었다.  긴 세월을 보내며 점점 쇠약해진 몸은 삶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보여주고 있었다.  재혼 했던 새어머니도 작년에 세상을 떠나고, 젊은 시절 세상을 호령했던 백작도 어느새 힘 없는 노인이 되었다. 창문 밖으로는 가문 저택의 정원이 보였다. 그는 한때 강인했던 자신의 모습과  왕에게 하사 받은 라 페르 가문의 영광을 떠올렸다. 하지만 그의 마음 한편에는 여전히 독신으로 지내는 아들 올리비에에 대한 걱정이 자리 잡고 있었다. 아토스는 조용히 아버지 곁에 앉아, 고요한 분위기 속에서 그동안 감춰왔던 진실을 털어놓았다. 그의 목소리는 낮았지만 진지했고, 그 이야기는 앙리 백작의 마음을 움직였다.“아버지, 제가 아라미스라고 부르는 동료가..

2-60 (완결) 행복의 시작

아라미스의 산통과 라울의 탄생 깊은 새벽, 수도원은  긴박했다. 아라미스의 산통이 시작된 것이다.산파 경험이 풍부한 노련한 수녀가 그녀의 곁을 지키며 차분하게 도왔다. “르네양, 조금만 더 힘내세요. 곧 아이를 볼 수 있을 거예요.” 아라미스는 고통 속에서도 강인하게 이를 악물었다. 방 밖에서 아토스는 초조한 걸음을 옮기며 마음을 졸였다. 그녀의 비명이 들릴 때마다 그의 마음은 찢어질 것 같았다. 몇 시간의 긴 기다림 끝에, 아기의 첫 울음소리가 성당에 울려 퍼졌다. 잠시 시간이 흐르고, 수녀가 문을 열고 아토스에게 말했다. “아드님이십니다.”아토스는 떨리는 손으로 방으로 들어갔다. 아라미스는 피곤한 얼굴로 침대에 누워 있었고, 살짝 미소를 띠고 있었다. 수녀가 조심스럽게 아이를 그의 품에 안겨 주었다...

2-59 은밀한 준비

아토스는 수도원에 들어오며 만만의 준비를 하였다 총사대에서 은퇴하며 받은 돈의 대부분을 수도원장에게 건네며, 그는 자신과 아라미스가 안전하게 머물 수 있는 조용한 방을 요청했다. 다른 수녀들과 떨어져 있고 외부인의 출입이 엄격히 제한된 방, 그리고 바로 옆 방을 자신이 사용할 수 있게 해달라는 것이 그의 조건이었다.수도원장은 어려운 수도원 재정을 생각하고 그의 간절한 눈빛과 결연한 태도를 보고는, 흔쾌히 그를 받아들였다.아토스는 방에 도착하자마자 자신의 방과 아라미스의 방을 확인했다. 그녀가 머물 방은 작은 창 하나가 달린 단출한 공간이었지만 평온이 느껴지는 곳이었다. 그는 자신의 방과 아라미스의 방 사이에 얇은 벽이 있는 것을 보며 안심했다. 혹 그녀가 고통스러워할 때 바로 달려갈 수 있을 테니까.아라..

2-58 운명의 수레바퀴.3-재회

아라미스는 원장 수녀와의 대화를 계속 떠올렸다. “여기서 아이를 키울 수는 없나요?” 원장은 조용히 그녀를 바라보며 고개를 저었다. “불행한 일을 겪고 아이를 낳는 수녀들이 없지는 않아요. 하지만 이곳은 아이를 키우는 곳이 아니랍니다. 선택은 두 가지뿐입니다. 아이를 입양 보내거나 고아원으로 보내야 해요.” 아라미스는 고개를 떨구며 조용히 물었다. “아이의 아버지를 알면… 그에게 보내는 건 가능합니까?” 원장은 잠시 생각하다가 말했다. “그렇다면 더 좋을 겁니다. 남 보다 훨씬 낫겠죠. 우리는 우선 낳는 것까지만은 도울 수 있습니다. 이후의 선택은 당신의 몫이에요.” 그 대화 이후, 아라미스는 자신의 방에서 오랫동안 고민했다. 아이를 어떻게 해야 할지 머릿속은 혼란스러웠다. ‘내가 이 아이를 키울 수 있..

2-57 운명의 수레바퀴 2

수도원의 생활은 점차 익숙해졌지만, 밤이 되면 아라미스의 마음은 여전히 과거로 향했다. 그녀는 종종 기도 중에 아토스와의 인연을 떠올렸다. 13세의 어린 르네였던 시절, 어머니의 장례식에서 만난 그 청년의 얼굴. 그리고 지금의 아토스. 그녀는 그의 불행했던 과거를 생각하며 그의 행복을 빌었다.“당신은 차갑지만, 누구보다도 따뜻한 사람이야. 부디 당신의 삶에 평화가 깃들길 바래. ” 그리고 자신을 위해 전처였던 밀라디의 죽음에 동조했던 아토스의 아픔이 치유되길 빌었다. 밀라디에게도 명복을 빌었다. 자신에게 고통을 준 여자였지만 그녀의 표정에서 말 못할 감정이 깃들어 있음을 알았다. 밀라디도 자기처럼 순탄치 않은 운명을 타고났다는 것을. 그러던 어느 날, 그녀는 수도원에서의 조용한 생활 중 어떤 이름을 ..

2-56 운명의 수레바퀴 1

아라미스는 조용히 짐을 챙기며 옷을 갈아입고 있었다. 방 안의 인기척이 들리자 침대에 누워 있던 아토스가 천천히 눈을 떴다. 그는 아라미스가 등 돌린 채 준비하는 모습을 바라보며 잠시 말없이 누워 있었다. 아라미스는 옷자락을 매만지며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었다.  떠나야 한다는 결심은 확고했지만, 그를 두고 가는 일이 쉽지는 않았다.  마지막 물건을 가방에 넣고 문 쪽으로 움직이려는 순간, 뒤에서 아토스의 낮고 진지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정말 가야 해?” 아라미스는 순간 걸음을 멈췄다. 그녀는 천천히 돌아서서 아토스를 바라보았다. 그는 침대에 앉아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의 눈빛은 평소와 달리 흔들리고 있었고, 그의 표정은 누구보다 따뜻하고 애틋했다.아라미스는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살짝 저었다. ..

2-55 그와 나의 슬픈 밤

어느새 저녁이었다. 창밖으로는 어둠이 드리워졌고, 방 안에는 촛불 하나만이 희미하게 빛을 내고 있었다. 아라미스는 가방을 열어 조용히 짐을 챙기기 시작했다. 수도원으로 가는 동안 남장을 해야 했기에 남자 옷 한 벌과 여자의 옷 한 벌을 나란히 넣었다. 아라미스의  손길은  바쁘게 움직였지만, 마음은 끝없이 흔들리고 있었다. ‘이렇게 떠나는 게 맞는 걸까?’ 그때, 노크 소리가 방 안의 적막을 깼다. 아라미스는 화들짝 놀라 고개를 들었다. 문이 천천히 열리더니, 그곳에 아토스가 서 있었다. 그는 천천히 방 안으로 들어와 문을 닫고, 외투를 벗어 의자에 걸어두었다. 그는 말없이 의자에 앉아, 짐을 싸는 아라미스를 바라보았다. 촛불에 비친 그의 얼굴은 평소의 냉정함 대신 어딘가 깊은 고뇌와 애절함이 담겨 있었..

2-54 미련-그것은 추억이 스며들 때 더욱 강렬해진다.

아라미스는 석양 아래 홀로 서 있었다.총사대 마당은 조용했고, 석양빛은 아라미스의 그림자를 길게 드리우며 과거로 이어지는 추억으로 향했다. 그곳에서 아라미스는 신입 시절, 총사대에서 보냈던 날들을 떠올렸다. 특히 아토스와 함께했던 시간들이  머릿속에 선명하게 떠올랐다. 신입 시절. 아토스는 항상 냉정하고 차가웠다. 그는 무자비할 정도로 혹독하게 그녀를 가르쳤고, 그녀의 작은 실수도 용납하지 않았다. “아라미스, 집중해. 네가 방심하면 적은 그 순간을 놓치지 않는다.” “총은 쏘는 것도 중요하지만, 다친 이후에도 살아남을 수 있어야 한다.”아토스의 목소리는 늘 얼음처럼 차갑고 단호했다. 아라미스는 그를 원망하며 이따금 속으로 반발했다.‘왜 이렇게 냉정한 거지? 이 사람은 인간미라고는 없는 걸까?’ 아토스가..

2-53 파리로 향하는 삼총사 - 떠나려는 아라미스

달타냥과 총사대는 파리로 돌아갈 준비로 분주하게 움직였다. 피와 흙, 먼지로 얼룩졌던 아라미스의 총사대 옷은 깨끗하게 세탁되어 입을 수 있도록 준비되었다. 아라미스는 옷을 갈아입으며 옷자락을 조심스럽게 매만졌다.‘이 옷을 입는 것도 이제 마지막이겠지.’아라미스는 스스로를 다잡으며 마지막 준비를 마쳤다. 막스경은 성문 앞에서 그들을 배웅했다. 아라미스는 그와 조용히 인사를 나누었다. “르네양, 그대의 용기를 잊지 않겠소. 부디 평안한 길을 걸으시오.” 막스경은 짧게 그녀를 안아주며 마지막 작별을 고했다. 아라미스는 말없이 고개를 숙였다.막스경은 아토스와 눈을 마주쳤다. 그에게도 미소를 지어 보였다. 아라미스는 그 짧은 순간의 아토스에게 보이는 막스경의 미소를 보고 본인과 아토스의 관계를 어느정도 눈치 챈..

2-52 회복하는 아라미스

달타냥과 삼총사는 정리를 위해 막스경의 성으로 들어갔다. 철가면 일당에 의해 지하감방에 갇혔던 막스 경은 아라미스를 보자 반가움의 미소를 지었다. 아라미스는 막스경을 보고 안도의 미소를 지었다.하지만 그동안의 급박했던 일정의 피로와 고문의 휴유증  그리고 갑자기 긴장이 풀려서 쓰러지고 말았다. "아라미스!" 아토스는 바로 아라미스의 몸을 받쳤다. 포르토스는 아라미스를 업었다.  "아. 이쪽으로 들어가시죠. 르네양은 쉬어야 합니다. "막스경은 아라미스를 침실로 안내했고 여자 하인들을 시켜 옷을 갈아 입히도록 했다.  적으로 가득찼던 다니엘 막스경의 성 안은 어느덧 고요함을 되찾고 있었다. 한낮의 소란과 피바람은 이제 창밖의 석양처럼 잔잔히 가라앉아가고 있었다. 아라미스는 천천히 눈을 떴다. 몸이 무겁고 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