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라미스 이야기

2-53 파리로 향하는 삼총사 - 떠나려는 아라미스

musicqueen 2024. 12. 19. 00:32

달타냥과 총사대는 파리로 돌아갈 준비로 분주하게 움직였다. 
 
피와 흙, 먼지로 얼룩졌던 아라미스의 총사대 옷은 깨끗하게 세탁되어 입을 수 있도록 준비되었다. 
아라미스는 옷을 갈아입으며 옷자락을 조심스럽게 매만졌다.
‘이 옷을 입는 것도 이제 마지막이겠지.’
아라미스는 스스로를 다잡으며 마지막 준비를 마쳤다.

막스경은 성문 앞에서 그들을 배웅했다. 아라미스는 그와 조용히 인사를 나누었다.
“르네양, 그대의 용기를 잊지 않겠소. 부디 평안한 길을 걸으시오.”
막스경은 짧게 그녀를 안아주며 마지막 작별을 고했다. 아라미스는 말없이 고개를 숙였다.
막스경은 아토스와 눈을 마주쳤다. 그에게도 미소를 지어 보였다.
 
아라미스는 그 짧은 순간의 아토스에게 보이는 막스경의 미소를 보고 본인과 아토스의 관계를 어느정도 눈치 챈것 같다고  생각 하였다.  



파리에 도착한 후, 아라미스는 뤽상부르크의  모후를 알현했다. 그녀는 조약 문서를 꺼내어 모후의 앞에서 그것을 태웠다. 문서가 불길 속에서 재로 변해가는 것을 보며, 그녀의 생각은 복잡했다.
프랑소와가 필립과 함께 꾸려던 꿈도 같이 한 줌의 재가 되었다. 
프랑소와와의 사랑이 나에게 안겨 준 부담도 한 줌의 재가 되길 빌었다. 


‘이제 정말 끝이야. 하지만 나는 어디로 가야 할지 여전히 모르겠어.’

아라미스는 마음속에서 스스로 답을 찾았다. 리오날 공작은 더 이상 그녀의 선택지가 될 수 없었다. 
프랑소와의 약혼자였던 아라미스의 존재 자체가 그와 그의 여동생 안느 왕비에게 해가 될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총사대도 안식처가 될 수 없었다. 철가면 조직의 잔당들이 아직 남아 있을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그녀는 더 이상 동료들에게 위험을 끼칠 수 없었다.

그리고 아라미스는 가장 큰 이유를 떠올렸다. 아토스.
그는 항상 아라미스를 위해 자신을 희생할 준비가 되어 있었다. 만약  아라미스가  또다시 위험에 빠진다면, 그는 분명 총사대를 떠나 그녀를 따라올 것이다.

‘나는 그의 짐이 되고 싶지 않아. 그는 차기 총사대장이 될 사람이고, 나중에 총리 대신이 되어 프랑스를 위해 큰 일을 해야해. 난  그의 꿈과 명예를 지켜주고 싶어.’

결국, 아라미스는 결정을 내렸다. '수도원으로 가자. 프랑소와와 밀라디에 대한 사죄를 하자. 그리고 복수의 칼날 아래 죽어간 이름 모를 사람들을 위해 기도 해야겠어. 내가 그들 곁에서 벗어나야 동료들이 다른 반란 세력의 모함에 안전할 수 있어, 수도원에 가서 동료들의 안녕을 빌자.'



아라미스는 트레빌 대장을 찾아가 이런 마음을 털어놓았다.
“대장님, 총사대를 떠나야 할 것 같습니다.”

트레빌은 그녀의 말을 듣고 잠시 눈을 감았다. 그녀가 어떤 결정을 했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그대의 선택을 존중하네, 아라미스. 다만 하나만 약속하게. 부디 평화로운 삶을 찾으라고.”
 
아라미스가 방을 나섰다. 
대장 앞에 대기하고 있던 포르토스와 달타냥. 그리고 아토스,

트레빌 대장은 이어서 아토스, 포르토스, 달타냥을 불러 이렇게 말했다.
“우리 모두  언젠가는  총사대를 떠날 날이 언젠가는 올 거다. 하지만 아라미스의 선택은 오롯이 그녀의 것이다. 말리지 마라.”
포르토스는 고개를 숙였고, 아토스는 먼 창을 바라보았다. 
다만 달타냥은 주먹을 불끈 지었다. 그리고 트레빌 대장 방을 박차고 달려나갔다. 
 

아라미스는 총사대의 마당을 천천히 걸으면서 총사대의 추억을 떠올리고 있었다.   석양빛 아래  총사대 건물을 눈에 담으려고 하면서 홀로 서 있었다. 그때, 달타냥이 아라미스에게 다가왔다. 그는 한동안 침묵하다가 조용히 입을 열었다.



“아라미스… 나 솔직히 말할게. 나는… 당신을 사랑하는 것 같다.”

아라미스는 놀란 듯 그를 바라보았다. 달타냥은 숨을 고르며 말을 이었다.
“나는 지금이라도  너를 위해서라면 내 아내인 콘스탄스도 포기할 수 있어. 하지만 그렇게 하지 않은 이유가 뭔지 알아?”

아라미스는 놀라며 대답하지 못했다. 달타냥의 눈빛은 흔들림이 없었다.
“아토스 때문이야. 아토스가 너를 얼마나 위하는지 모를 거야. 우리가 조금이라도 너에게 부담을 줄까 봐, 아토스는 뒤에서 늘 우리를 나무랐어. 네가 위험해질 때마다, 아토스는 자기 자신보다 널 먼저 생각했어. 그런 아토스를 위해서라도, 너는 이렇게 떠나면 안 돼.”

아라미스는 그의 말을 듣고도 아무런 대답을 하지 못했다. 달타냥은 그녀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리고 자리에서 물러났다.

“내 말은 여기까지야. 결국 선택은 너의 몫이니까.”

그는 천천히 걸어가며 고개를 한 번 돌려 아라미스를 바라보았다. 달타냥의 눈에는 눈물이 가득 차 있었다. 
“행복하길 바래, 아라미스.”

달타냥은 자리를 떠났고, 아라미스는 석양 아래 그대로 서 있었다.

아라미스의 손끝이 가볍게 떨렸다. 총사대의 마당은 익숙한 곳이었지만 오늘따라 낯설게 느껴졌다. 
이제 그녀는 이곳에  머무를 수 없는 사람처럼 느껴졌다. 아라미스는 천천히 하늘을 올려다보며 결정을 곱씹었다. ‘나는… 정말 떠나야만 하는 걸까?’